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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째 뒤척이다가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많은 아파트 중에 드문드문 켜진 불빛이 보인다.

다들 어떤 연유로 잠 못 이루고 있을 테지

 

우습지만 이런 생각이 든다.

꿈과 희망 벅차 오르던 감동의 시간은 다 지나고 

이제 나는 하루 하루 현실적인 생각, 걱정이 앞서는 시시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예전에는 스스로 고뇌하고 존재에 앓던 나였는데

이제는 가벼운 대화가 더 편하고 세상의 종말이나 행복은

잠들기전 문득문득 떠오르는 주제가 되어버렸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이렇게 하루하루 닥치는대로 사는 인생이 쌓아올려져 

과연 내가 원하는 게 될 수 있을까?

 

나는 찬란한 젊음이 그리운 것일까 

사람이 그리운 것인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허상을 계속해서 쫒고 있는 것일까?

 

이런 상상을 한다.

내일 아침 일어나 기차를 타고 학교에 가는 거야.

가서 내가 살던 기숙사, 내가 공부하던 강의실, 내가 걷던 길, 도서관

모두 하나씩 돌아보는거야.

그러면 그때 내 모습이 보이고 그때 내가 하던 생각들, 느끼던 감정들 모두가

다시 한번 내것이 되지 않을까?

 

 

그대 굳은 언약을 지키지 않았기에

나는 다른 이들과 사귀었네

하나 나 항상 죽음에 마주칠 때나 잠의 고갯마루를 애써 오를 때나

간혹 술로 즐거울 때

불현듯 떠오르는 그대의 얼굴 잊지 않았으니.
-W.B. Yea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