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s
3막의 끝
꿈을따는아이
2015. 8. 1. 06:24
내가 처음 여기 왔던 날 기억나?
학교가 너무너무 크고 길이 어려워서 자꾸만 헤맸었지.
같이 도착한 친구들이 저녁을 먹자며 불렀는데 나는 가지 않았어. 밖이 깜깜했거든.
그때는 겨울이었으니까.
아직 룸메가 들어오지 않은 방에서 막연한 두려움에 울면서 잠들었던 그때가 생각나.
지금은 또 다른 나의 삶을 위해 이삿짐을 대충 싸놓은 채,
저녁 먹기로 한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어.
이삿짐을 쌀 때마다 느끼는 건
내 한 몸 살아가는데 과연 이렇게나 많은 물건들이 필요할까 하는거야.
매번 줄이고 줄이고 하는데 뒤돌아 보면 또 이렇게 한가득이야.
3막의 끝에 서서 수많은 밤들, 야성으로 빛나던 날들을 떠올려 보고 있어.
오늘은 어쩐지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어. 나 고생 많았어. 그러니까
행운과 행복 그리고 날 안전하고 포근하게 안아줘.
이곳의 여름은 늘 나를 슬프게 했지만
이번 여름은 즐거웠다고 하자. 이젠 더 즐거울거야